우리가 제안서에 넣지 않는 것들
제안서는 두꺼울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반대로 갑니다. 제안서에서 뺀 것들의 목록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빼는 다섯 가지와, 그 자리에 대신 넣는 것들.
1. 트렌드 리포트
트렌드 리포트를 넣지 않습니다. 트렌드는 모두가 알고, 모두가 따라가는 것이라 잔향이 되지 못합니다. 올해의 컬러, 올해의 채널, 올해의 형식을 따라간 브랜드는 내년에 다시 따라가야 합니다. 대신 브랜드가 지금 어떤 인상으로 남고 있는지, 리뷰와 검색어에서 찾은 문장 열 개를 넣습니다. "맛있는데 또 갈 이유는 없는 집" 같은 문장 하나가 트렌드 리포트 20장보다 다음 할 일을 정확히 알려줍니다.
2. 경쟁사 분석 30장
경쟁사 분석 30장을 넣지 않습니다. 세 장이면 충분합니다.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지보다, 사람들이 이 카테고리에서 무엇을 기억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세 장의 내용은 정해져 있습니다. 카테고리에서 고객이 비교하는 기준 두 개, 그 기준 위에 경쟁 브랜드가 몰려 있는 자리, 그리고 아무도 답하지 않는 불만 하나. 이 세 장이 포지셔닝의 재료가 됩니다.
3. 보장하는 숫자
보장하는 숫자를 넣지 않습니다. 대신 확인하는 방법을 넣습니다.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6개월 안에 팔로워 3배"를 약속하는 제안서는 팔로워 3배를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이벤트, 할인, 구매 팔로워)을 쓰게 되고, 그 방법은 대개 브랜드를 갉아먹습니다. 대신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지, 언제 멈추고 다시 볼지를 적습니다. 캠페인 종료 4주 후 브랜드 검색량, 재방문 간격, 리뷰에 등장하는 단어. 잔향은 약속이 아니라 확인의 대상입니다.
4. 시안
첫 제안서에 디자인 시안을 넣지 않습니다. 남길 인상이 정해지기 전의 시안은 취향 투표가 되고, 취향 투표에서 이긴 시안은 무난한 시안입니다. 시안은 남길 인상 한 단어가 합의된 뒤에, 그 단어를 기준으로 셋을 냅니다. 순서를 바꾸면 회의가 "이게 예쁘냐"로 흐르고, 그 회의에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5. 회사 소개 10장
연혁, 조직도, 수상 내역을 넣지 않습니다. 한 장이면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일하는지 세 문장, 그리고 케이스 두 개의 "광고가 끝난 뒤" 숫자. 클라이언트가 궁금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어떻게 볼 것인가입니다.
그래서 남는 것
뺀 자리에 남는 것은 열 장 안팎입니다. 리뷰에서 찾은 문장 열 개, 카테고리의 자리 세 장, 남길 인상의 후보, 측정 방법, 그리고 마지막 장. 제안서의 마지막 장에는 늘 같은 질문을 둡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 질문에 대표님이 첫 미팅에서 답하지 못하면, 그 답을 함께 찾는 것이 첫 번째 일이 됩니다. 답하면, 그 답이 브리프가 됩니다.